미군 항공모함 촬영을 왜 막으려 드는가

부산항에 입항한 미군 항공모함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군사 블로거들의 활동은 활발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러시아 측 블로거들이 전황을 세계에 전한 것도 그런 맥락의 연장이었고, 결국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의 이익에 반하는 군사블로거 활동을 처벌하겠다는 별도의 발표를 낼 정도였다.

국내 군사블로거들의 활동도 활발해 군사무기 분석으로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이 꽤 있다. 중국 역시 수많은 군사 블로거들이 활동 중이며, 그들의 1순위 관심 대상은 언제나 미군의 무기체계다. 1.5순위쯤에는 한국군 장비가 위치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원천자료는 사진과 영상이다. 그리고 중국인이 미군 장비를 가장 가까이에서,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부산항에 미 항공모함이 입항할 때마다 중국 군사 블로거들이 모여들어 카메라를 들고, 심지어 드론을 띄우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은 이 현상을 ‘간첩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직접 “간첩 활동”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그렇게까지 금지해야 할 일인가?

항공모함 외관, 1급 비밀인가

냉정하게 따져보자. 외국 군사 블로거들이 찍는 것은 항공모함의 외관, 즉 누구나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의 풍경이다. 항공모함의 구조적 비밀이나 작전 계획은 이미 철저히 보안이 걸려 있고, 항공모함이 민간 항구에 입항하는 결정 자체가 과시 행위다. 정말 보안이면 언론에도 공개하지 않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F-35 전투기가 기밀이라면 애초에 공개하지 말았어야 한다. 화려하게 전시해 놓고, 그 과시에 호기심을 나타내고 기록하는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중국은 이미 자국의 고성능 위성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정밀하게 확보하고 있다. 설마 중국 정부가 민간 블로거들을 부산에 보내 “미국 항공모함의 외관을 찍어 오라는 간첩 행위를 지시했을까?”

이런 단순한 촬영 행위를 “안보 위협”으로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불안 심리의 투영에 가깝다. 군사 항구도 아닌 부산항에서의 외관 촬영을 간첩 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과잉 대응이며, 일종의 ‘정신적 결함’을 노출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항공모함 관제실

미국은 보여주길 원하고, 우리는 보게 하면 된다

사실 미국은 자국 항공모함을 “숨기려” 하기보다 “자랑하려” 한다. 함선 입항 때마다 미 해군은 언론 공개, SNS 홍보, 지역 주민 초청 행사까지 진행한다. 즉,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이벤트다. 오히려 이 부분을 홍보해서 중국과 베트남의 군사 블로거들이 몰려오도록 유도하고, 이를 콘텐츠 산업이나 항만 관광 활성화와 연계하는 발상이 더 현명하다.

다른 말로, 이들을 간첩으로 규정하는 대신, 이들의 시선을 경제적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불편’을 앞세운 안보 쇼는 우리에게 아무 이득이 없고, 그저 감정의 노출을 우선시하는 동물적 근성에 가까울 뿐이다. 사실 이런 훈수를 둬야 하는 자체도 부끄러운 부분이다.

항공모함 동력장치

불필요한 불신은 국제적 불편으로 돌아온다

한국이 외국 블로거의 단순 촬영을 간첩 행위로 규정한다면, 그 논리는 언제든 역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국의 호기심 많은 군사 블로거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군사시설 인근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그 또한 ‘간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위협’으로 바꾸는 것은 김치찌개를 된장찌개로 바꾸는 것과 다르다.

부산항에 정박한 미군 항공모함은 보호해야 할 비밀 시설이 아니다. 이를 매개로 한 간첩활동 뉴스 생성은 우파들의 정치적 결속을 위한 수단이다. 그렇지만 안보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쟁으로 이어진다. 별 이슈도 없이 걸핏하면 한미일 안보 동맹을 강조하다 보니, 결국 북중러 삼각 협력 가속화를 불러온 것처럼, 쓸데 없는 주둥이질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 우파들의 입이 지나치게 경솔하다.

군사 블로거들이 필요한 것은 단지 자신이 찍은 사진과 영상일 뿐이다. 이런 단순함을 복잡한 정치적 구호로 바꾸는 이들은 사회의 위험 인자다. 지나친 통제는 안보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다.